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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보

중개인 없는 부동산 거래 가능할까?

by 척박 2020. 10. 14.

 

최근에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주제가 있습니다. 바로 '중개인 없는 부동산 거래 시스템'입니다.

정부가 2021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사용한 이 문구 하나로 인해 현재 공인중개사협회는 릴레이 시위, 1인 시위를 포함해 조직적인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반면 시민들은 환영하는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정부가 쏘아 올린 작은 공 하나로 인해 극명한 입장차이를 보이며 과열 양상을 띄고 있습니다. 

그래서 궁금해졌습니다. 중개인 없는 부동산 거래가 가능할까?

 

정부가 쏘아올린 작은 공... 그 발단은 어디?

중개인 없는 부동산 거래 가능 여부를 판단하기 전에, 이 이야기의 시작점이 궁금해졌습니다.

정부의 어떤 발표로 인해 이런 사태가 촉발되었는가?

열심히 찾아보니 얼마 전 기획재정부에서 발표한 2021년도 예산안 속에 문제의 그 문구가 등장합니다.

출처 : 기획재정부 내년도 예산안 자료

이 예산을 열심히 뒤지던 중 문제의 그 문구가 딱!!

출처 : 기획재정부 내년도 예산안 자료

보이시나요? 바로 '중개인 없는 부동산 거래 등' 이란 문구가 있습니다. 저 문구가 등장함으로써 이러한 논란이 커지게 되었던 것이죠. 

공인중개사들의 반발

출처 : 연합뉴스

저 문구를 해석함에 있어 공인중개사들은, 공인중개사 없이 부동산 거래를 하는 시스템의 개발로 해석하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예산안이 집행되고 실제 시스템이 개발되면 공인중개사 직업 자체의 종말이 올 것이라고 말이죠.

공인중개사들은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을 찾아 '중개인 없는 부동산 거래 시스템 개발'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습니다. 

출처 :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쳐

또 위와 같이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를 통해 청원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내 밥그릇을 뺏기니 반대한다고 할 수 없으니 그들에게도 논리는 있습니다.

"공인중개사들의 역할을 통해 부동산 거래 사기를 막을 수 있고,

수요자들의 다양한 요구에 맞춰서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지역 사정에 통달한 공인중개사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결국엔 중개인 없는 부동산 거래는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근데 어느 정도는 소비자 피해가 발생 가능한 요소들이 있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입니다. 아직도 이슈가 되고 있는 의사협회와 정부와의 기싸움에서도 이러한 말이 나왔었죠.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가 있었을 때 의사협회도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말을 했으니까요. 소비자들을 위해주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왜 소비자들은 매번 이리 뜯기고 저리 뜯기고 있을까요.

 

공인중개사들의 반발에 놀란, 정부의 대처는?

"실제 도입은 아니다."라고 하며 살짝 발을 뺀 모양새입니다. '중개인 없는 부동산 거래' 사업에 관련되어 있는 부처는 국토부, 과기정통부, 기재부 세 곳입니다. 이렇게 여러 곳이 관여될 때 쓰는 방법이 있죠. '우리 부처의 소관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어느 곳 하나에서도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었다 합니다. 기재부에서 그나마, 위조 방지 기술 등의 연구를 위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연구적 단계이지 공인중개사를 말살하려고 추진하는 정책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합니다.

 

논란 과정의 추적, 왜 그랬을까?

실상은 이번 '중개인 없는 부동산 거래'라는 문구와 관련된 논란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런 문구가 나오게 된 배경은 위에서 설명드렸듯이 '기재부'의 '2021년 예산안 자료'에서 입니다.

그런데 실상을 알아보니 지난 7월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배포한 보도자료에 다음의 문구가 있었다 합니다.

출처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도자료

지난 7월 15일에 발표된 보도자료 첫 페이지입니다. 이 보도자료를 뒤지다 보니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습니다.

출처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도자료

결론적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도자료의 "블록체인 비대면 맞춤형 정부 서비스 부동산 거래"라는 문구가,

기재부의 예산안 편성안의 보도자료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중개인 없는 부동산 거래"로 바뀌면서 이러한 대혼란이 야기되었다고 합니다.

혼란의 해프닝이라면 정책의 원래 추진 방향은?

그래서 다시 궁금해졌습니다. 그럼 진짜 정책의 방향성은 무엇이었을까?

다시 검색해서 뒤져봤습니다. 궁금하면 못 참으니까요. 그러다 '국토교통부 6월 26일 보도 자료를 발견했습니다.

출처 : 국토교통부 보도자료

정부가 오는 24년까지 블록체인 기반의 부동산 거래 플랫폼을 구축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문구만 보면 다시 혼란이 옵니다. 부동산 거래 플랫폼이라 하면 부동산 직거래를 위한 플랫폼을 만드는 게 맞는 거 같은데?

중개사들의 반발이 너무 심하니, 당장은 발뺌하고 있는 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머지 부분을 더 읽어 보니 '부동산 거래 플랫폼'이라는 문구의 의미를 알 수 있었습니다.

출처 : 국토교통부 보도자료

정부에서 말했던 부동산 거래 플랫폼의 의미는 다음과 같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부동산 거래 단계에서는 각 단계별로 종이 서류를 직접 출력하여 은행, 법무사, 등기소에 제출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문서위조, 모든 단계의 서류 출력 및 제출의 불편함의 문제가 제기되어 왔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블록체인 방식을 활용하여 직접 서류를 제출하지 않고 각 단계별 각 기관에서 자동으로 서류를 실시간 확인 검증하도록 하겠다는 의미였습니다.

 

 

그래서 중개인 없는 부동산 거래는 가능할까?

아마 소비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바로 중개인 없이 부동산 거래를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일 겁니다.

현재의 부동산 수수료가 턱없이 비싸다고 생각한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환영할 일이지요.

하지만 실제로 그것이 가능할까 하는 문제와는 별개입니다.

 

결론부터 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언젠가는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 시스템이지만 당장은 시기상조이다.'입니다.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기술적으로 '중개사 없는 부동산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주택의 내부와 외부를 입체적으로 표현해주는 360도 사진들과, 3D로 도면을 표현해주고 직접 사용자가 이동해가면서 구조를 확인해 볼 수 있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기술들은 현재 이미 구현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또한 정책의 원 추진 방향이었던 부동산에 관한 서류들(등기, 건축물대장 등등)을 디지털 장부로 만드는 작업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위에서 말한 기술들을 플랫폼에 올려야 할 당사자는 매도인이나 임대인이 될 것인데, 현재 매도인들이 그런 기술을 활용하여 플랫폼에 올릴 수 있을까?

또한 주택은 결국 직접 찾아가서 확인해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채광, 가구 배치, 그 집이 풍기는 분위기 등입니다. 그나마 아파트는 정형화가 가능하여 덜하지만 단독주택, 빌라와 같은 주택은 개별성이 너무 강합니다. 결국엔 방문을 해야 하는데, 그런 경우 중개사없는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는 사기 계약과 같은 거래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올바른 부동산 중개업의 방향은?

기술들의 발전에 힘입어, 경쟁력이 없는 중개사들의 도태는 피할 수 없는 일이 될 것입니다.

소비자들이 중개보수가 비싸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소비자가 받는 서비스에 비해 중개보수가 너무 과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들이 주택을 매수하는 경우에, 외국의 경우처럼 전문적인 보고서에 냉철한 분석 그리고 세금 컨설팅과 투자 컨설팅, 금융 컨설팅, 매수 후 임대관리까지 책임지고 처리해주는 경우에도 중개보수가 비싸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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